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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중에 꽃나무와 야생화 이식 작업을 하다

관리자
2020-04-20
조회수 1636

시골살이를 시작하고 부터 날씨에 민감해졌다. 봄비는 생명이 탄생하는 제일 큰 에너지다.
가뭄으로 메말랐던 대지가 어제 살짝 비로 아쉬웠는데 반갑게 오늘 비가 제법 내렸다.
캠핑 8가족이 오전 전에 모두 떠났다
언제나 보내는 마음은 안심도 되지만 떠난 자리는허전하다
비를 맞고 우비까지 입으며 거의 하루종일 나무와 야생화 이식 작업을 했다. 직장에서 가장 친했던 남편 친구 부부도 우리의 소개로 이곳에 자그마한
세컨하우스를 짓고 주말이면 함께 지낸다
아침 일찍 수레국화 모종을 갖고 오셔서 심어 주시고미처 심지 못한 상추도 심어 주시고 가셨다
정말로 갖춰주신 부부님과 산골에서 함께 할 수 있는 건 꽃보며 사는거보다 더 행복하다
제법 큰 산수국, 쩔쭉꽃을 옮기는데 죽을듯이 힘들었다. 주변에 난 싻들을 밟지 않으면서 해야하는 삽질이 여간 어려운게 아니었다
발아 돼서 터를 잡고 이곳 저곳에 살고있는 할미꽃과 패랭이를 옮기는 일도 쉽지가 않는다.
오래된 할미꽃은 뿌리가 어찌나 굵고 깊게 심어져 있는지 삽으로 팠는데도 부러졌다. 패랭이꽃은 작아서 공을 들여 캐야지 자칫하면 부러져 버린다
해마다 야생화가 제법 많이 없어져 궁금하고 화도 났었는데 이끼 때문이란게 이번에 발견했다.
몇날을 이끼 제거 작업을 해 손발이 아픈데도 아픈줄도 모르고 억척스럽게 하니 어이없는 웃음이 나온다. 저 좋아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일이 이런걸까?
듬성듬성 난 무늬 둥굴레는 이끼를 뚫고 나오지 못해서 그랬다. 도라지도 그랬다. 누군가에게 진빚을 갚은 것 같은 마음으로 그리고 죄의 사함을 받은 것 같은 그런 심정으로 해서인지 나오는 에너지가 장난이 아니었다.
햇빛이 덜 들어오는 곳으로 산수국도 옮겼다. 철쭉까지 옮기려고 했는데 6시간의 작업시간이 지나자 우비 속으로 들어온 비 때문인지 힘들어서인지 갑작스레 춥고 떨려 삽과 호미를 집어 던지고 줄행랑을 쳐 들어왔다.
샤워를하고 거울을 보니 봄볕에 얼굴이 그을렸고 거칠어졌다. 겨울 내내 공들인 피부가 헛것이 되었다. 내인생에 선택은 무얼까?
순간 스쳐가는 생각에 멈첬다.
삶에 대한 일의 가치는? 내가 내 스스로에게 주는 희열감? 코로나로 인한 멈춤에도 별로 불편해 하지 않은건 이곳에서 일터가 있어 였던거 같다.
우리 부부의 평생 소득은 오로지 근로 소득 뿐이였다. 뒤늦게 남의 주머니 돈이 내 주머니로 들어오는 것이 아직도 어색하고 신기하지만 내가 좋아하고 같은 세대의 캠핑 손님들 중 특별히 꽃을 좋아하는 장소를 제공한다는 건 못지 않은 기쁨이다
아쉬운 소리 못하는 우리 부부가 몸으로 떼우는 일과 거기에 걸 맞는 적은 수입은 노후의 삶에 큰보탬이 된다. 그래도 어제 틈새를 내 두벗들과 카페가 가서 차도 마시고 코로나로 판매하지 못한 마을 농산물도한개씩 샀다. 노동후 마시는 빵을 곁들인 키피맛은 세상이 모두 내것 같아섰다. 내게 충분한 보상을 했다
사방으로 둘러싼 이곳 연두색 봄산은 지금이 제일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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